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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로코린 2020. 10. 1. 23:06

지금은 옛날의 이야기가 되버린 호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여행은 물론이고 호텔이나 항공 등 많은 일상들이 이제는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선택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구스타프라는 지배인이 갑자기 부자가 되기도 하고, 갑자기 살인자로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하며, 호텔 보이 '제로'와 함께 있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동유럽적인 감성과 버무러져 웃음과 해학, 그리고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호텔의 역사와 함께 이들의 삶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문화며 그들의 생활방식이며 뭐하나 일반적인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이자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호텔 보이였던 '제로'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는 청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는 목욕탕에서 우연히 그와 마주하게 되었고, 그(제로)는 흔쾌히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습니다. 이야기는 굉장히 젠틀하면서도 재미있고, 절제된 상태로 전달됩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과거사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이자 대사입니다. 그는 호텔 보이를 일행으로 받아들이고 '내 일행'이라며 그를 감싸게 됩니다. 체포될 수 있었던 순간에 구스타프의 호텔 지배인으로써의 위력이 십분 발휘되면서 위기에서 탈출합니다. 그에게는 어쩌면 인생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모습은 후에 다시 열차를 타서도 벌어집니다. 전쟁으로 한창 얼룩졌던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전쟁 고아로 살기 위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어린 나이에 호텔 보이로 일하러 온 그는 '이민자'가 아닌 '난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을 영화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안에서 녹아져있는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승리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기록이므로 이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설령 있을 지라도 밖으로 표출하기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파시즘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잠시 보다가 이 네모 틀 안에 갇혀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영화로 꽤나 잔인한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며, 이들의 유머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유의 카메라 구도로 잡아낸 이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들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비율은 때로는 1:1의 정사각형 비율에서 때로는 가로가 긴 와이드 비율로 바뀌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할 때에는 흑백으로 처리되기도 하며, 장면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중간중간에 끊어지는 장면들이 색다른 영화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카메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상은 때로는 그 속에 몰입되어 어떤 영화들보다 더한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짧은 시간 (1시간 30분)정도의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의 여운은 쉽사리 가라 앉지 못할 것 같습니다. 추가로 역사적인 이해를 더해서 본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